
학자로서 자신의 전공 분야를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외에도 수십 년 세월에 걸쳐 우리 사회에 새로운 법과 질서를 세우기 위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끝내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대한민국 1세대 프로파일러로서 강력 범죄 해결 및 예방에 앞장서고 있는 국내 최초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이다.
Q. 범죄심리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1999년 경기대학교에 부임하면서입니다. 경기대학교는 국내 대학으로는 드물게 교정학과가 있는 곳입니다. 제 첫 번째 과제는 범죄자 분류 심사 가이드라인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상자를 만나지 않고 데이터만으로 재소자를 유형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범죄 심리학자로서 범죄자의 심리를 모른 채 연구를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범죄자의 심리 평가를 위해 재소자를 직접 만나면서, 판결문에 적시한 범행 동기 외에도 살펴야 할 요인이 많다는 것을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살인범은 반인륜적 치안범일 거라 생각하지만, 막상 살인 죄명을 받은 사람들을 만나보면 천차만별이에요. 그만큼 연구할 내용이 많아 이것만 해도 평생 할 일이 많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진출처] 한국교직원공제회
Q. 범죄심리학의 목표는 무엇인가?
A. 저는 대법원 양형 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 사회의 법률가들이 공유하는 양형 기준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절감했습니다.
"범죄심리학의 목표는 재범률을 낮추고 평범한 시민을 보호하는 데 있다고 생각을 했으며, 국가의 역할 역시 국민 개개인의 안전 확보에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감을 높이는 한 가지 방안은 제도 개선에 있습니다. 법과 제도 없이 공무원 개인의 소신만으로는 사회가 변화하지 않습니다. "
Q. 재범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A. 교육의 힘이죠.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학생이 말썽을 부렸다고 학교 밖으로 내보내지는 상황은 지양해야 합니다. 학교 안에서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 학교 밖에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행 청소년은 학교가 아니더라도 어떤 장소에서든 24시간을 보냅니다. 위험한 공간에 여과 없이 노출되는 것보다 어떻게든 사회적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강력 범죄를 자주 접하고 제도 한계로 인해 좌절한 경험이 많지만, 그래도 한 가지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사람만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관계에 대한 믿음' 입니다.
"소년원에서 독립한 아이들이 재범하는 이유는 사회에서도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이미 해체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제과제빵을 배우는 아이들은 재범을 거의 안 한다는 거예요. 취업률이 높기도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빵은 오븐에서 1분만 늦게 꺼내도 새카맣게 타버리고, 1분만 빨리 꺼내도 설익는다고 해요. 그런 노하우를 선생님과의 신뢰 관계를 통해 배우는 거죠. 선생님을 신뢰하지 않으면 빵을 망치니까요. 또 빵을 구워 공동생활 하는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칭찬도 받고 사랑도 받아요. 낮은 자존감과 상처 입은 마음이 빵 냄새와 함께 회복되는 과정이 있죠."
[사진출처] JTBC ‘말하는 대로’ 10회
Q. 프로파일러와 범죄심리학자는 두 직업의 차이는 무엇인가?
A. 프로파일링(profiling)이란 범죄분석인데 정확히는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프로파일러(profiler)는 프로파일링을 하는 사람입니다. 프로파일러는 범죄자와의 면담을 통해 그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 어떻게 하면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인지 분석하며 사건을 해결하고 이후 그들이 같은 죄를 짓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 혹은 사설 프로파일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범죄 분석팀 소속 현직 경찰들이 실제 사건 현장에서 그 역할을 도맡고 있습니다. 경찰청 단위로 보면 2~3팀이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는데 총 40~50명 정도입니다. 또한 업무 협조를 하는 범죄심리학자와 강사들이 20~30명 정도입니다. 사실 범죄심리학자가 연구하는 분야나 프로파일러의 일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느 직군에서 연구하고 분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경찰청 수사 단계에 또는 법무부 정책 결정에 활용된다고 보면 됩니다. 프로파일러와 범죄심리학자는 두 직군 모두 입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역인 만큼 법과 심리학을 꼭 함께 공부해야만 합니다.
Q. 국내에서 프로파일러가 되는 방법은?
A. 범죄심리학자 또는 프로파일러가 되고 싶다면 심리학과에 가서 공부하거나 경찰행정학을 전공해서 경찰이 되는 게 방법입니다. 현재로는 특별한 방법이 있지 않고, 다양한 경로가 있습니다. 프로파일러가 되는 공식적인 루트라는 건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단 경찰은 순환보직이다 보니 형사를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특별 수사팀을 거쳐 프로파일러가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프로파일러가 아니더라도 범죄라는 분야 자체에 흥미가 있다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서 법무부 소속이 되거나 보호관찰 쪽으로 갈 수도 있고 임상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만약 유학을 고려하고 있다면 북미 지역을 추천합니다. 크리미널 저스티스(criminal justice), 형사 행정학 또는 응용 범죄학을 뜻하는 분야 연구 및 활동이 굉장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취업 시장도 국내보단 그쪽이 훨씬 더 좋습니다. 해당 분야로 유학길에 오른 졸업생 중엔 현재 미국에서 교수를 하거나 FBI 쪽에서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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