꽹과리ㆍ징ㆍ장구ㆍ북 네 가지 타악기가 어우러져서 신명 나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우리 전통의 사물놀이. 사물놀이를 즐기고, 사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samulnorian (samulnorian: 우리나라 사물놀이 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신조어) 이라는 영어표현이 만들어질 정도로 이제는 전세계인의 것이 되었다. 바로 그 사물놀이가 이 땅에 첫 선을 보인지 올해로 41년이 되었다.
사물놀이의 창시자인 김덕수 명인은 40여년 전인 1978년 2월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첫 공연을 올렸다. 자칫 잊힐 뻔한 우리 고유의 풍물놀이를 무대예술로 재창조해낸 것이다. 한반도를 두드린 것도 모자라 1982년에는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세계 타악인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여해 사물놀이를 세계에 알렸다. 신들린 듯한 그의 연주에 관중은 무려 10분간 기립 박수를 치며, 퇴장한 그를 기어코 무대 위로 불러냈다고 한다. 전통예술이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던 그때 그는 어떤 가능성을 내다본 것일까?
■ 5살 '무동'에서 67세 '명인'으로
그는 다섯 살 때부터 무대에 섰다. 남사당패였던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어른 어깨를 타고 맨 꼭대기에서 노는 새미(무동) 역할을 맡았다. 3대째 내려오는 남사당패의 진한 피를 타고 예인의 끼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우린 모두 예술가였어요. 꼬맹이인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냥 해보는 게 아니라 미친 듯이 했죠. 10명이 넘는 스승한테 온갖 재기를 다 배웠어요. 자라니까 그게 천직이 되었죠. 20대 때 사물놀이를 하면서 '이 길이 평생이겠구나. 이 길을 평생 가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
“근대화 바람이 불면서 전통예술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어요. 우리 고유의 문화를 지키고, 이어나갈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했어요. 거리의 풍물을 무대로 가지고 오는 것이 내가 찾은 방법이었습니다. 그게 사물놀이였죠. 첫 무대에서부터 바로 ‘이것’ 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
그렇게 시작한 사물놀이가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들에 의해 울려퍼지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1일까지 세종문화아카데미에 참여하여 남아메리카를 순회했다. 과테말라시티 세종학당, 콜롬비아 보고타 세종학당 등에서 김덕수는 사물놀이 강좌와 공연을 펼쳐 보였다.
“언어마다 독특한 억양이 있죠? 한국어 특유의 억양이 있는데, 우리네 전통음악은 그것보다도 더 원초적이에요 그러니 언어와 문화를 초월해 쉽게 통할 수 있죠.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문화가 달라도 신명나는 우리 가락에 금세 동화되어 함께 즐길 수 있는 거예요.”
■ 신명나는 우리 가락
‘한류’라는 말이 존재하기도 전에 김덕수 명인은 장구를 메고 세계를 돌아다녔다. 세계를 누비며 김덕수 명인이 깨달은 것은 ‘신명나는 우리 가락은 세계인과 다 통한다’라는 거라고 한다.
“서양의 재즈 음악에 발광하는 사람들도 우리의 풍물 가락 앞에선 경탄을 아끼지 않았어요. 남사당패의 진정한 예인으로 남기 위해 가락을 정리 기록할 생각입니다. 이제 겨우 우리 가락에 눈을 떠 가는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사물놀이를 접한 현지의 반응은 말 그대로 뜨거웠다. 이런 반응을 얻은 이유에 그는 단박에 '흥겨움'이라고 답한다.
그의 세계적 인기를 반영하듯 국내의 수백 명 제자들과 유럽(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스위스 등 50여 명), 미국 캐나다 등(70여 명)에도 제자 사물놀이 패거리들이 많다. 일본에는 민단 청년회를 중심으로 애호가가 1000명도 넘는다.
매년 10만 킬로미터 이상을 돌며 우리 가락을 세계 가락에 접목시키고 있는 김덕수 씨는 자신의 일을 ‘종교’로 신봉한다고 했다. 또한 개인의 기능적 요소와 정신력을 함께 묶어 독특한 자기 신명을 찾아내는 것이 참다운 예인의 길임을 강조한다.
■ 사물놀이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사물놀이는 우리의 근본입니다. 울림 자체가 우리 민족이 살아왔던 자연의 상징이죠. 어느 민족이든 그들이 살아왔던 자연의 소재로 악기를 만드는데, 나라마다 울림이 다르고 진동이 다른 것도 그 이유예요. 꽹과리, 징, 장구, 북은 우리 신명의 뿌리입니다. 신명은 에너지, 우리의 멋, 맛, 우리의 색깔입니다. “
'하루라도 장구를 안 치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그는 언제든 누구 앞에서든 연주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그의 앞으로 목표는 전 세계 누구든 연주할 수 있도록 사물놀이를 표준화하는 것. 신명나는 우리 가락이 앞으로 지구촌 대중문화를 이끌어가는 큰 흐름이 되길 바란다고 한다. 그는 오늘도 세계 공공 교육의 음악 수업마다 사물놀이가 들어가기를 꿈꾸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세계 어디라도 달려갈 작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