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이나 뉴스를 접하다 보면 글보다 한 장면의 사진이 뇌리에 깊이 박힐 때가 있다. 기자가 기사를 써서 사실을 전달하는 것처럼 사진 기자는 역사적인 사건이나 사회 현상을 한 장 또는 여러 장의 사진으로 담아 역사의 기록물을 만든다. 많은 사람이 사진기자를 단순히 '사진 잘 찍는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고 기록해서 전달하는 것이 사진기자로서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하는 김경훈 기자는 세계 난민을 취재하며 올해 한국인 사진 기자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 퓰리처상 Pulitzer Prize: 언론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도·문학·음악상
[출처] 로이터 연합뉴스
■ 사진을 찍을 당시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 거라고 예상했나요?
그날 전달해야 하는 뉴스를 잘 담은 사진이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러밴을 범죄자 집단으로 묘사했지만, 제가 본 이들은 단지 중남미의 폭력과 범죄에서 벗어나 자녀들에게 나은 미래를 주려는 사람들이었어요. 충분한 식량도, 옷도 없는 상황에서 '미국에 가면 나은 삶이 펼쳐지지 않을까'하는 희망 하나로 미국으로 향하고 있었죠. 그렇게 수천 킬로미터(㎞)를 걸어 도착한 국경은 철제 빔으로 막혀 있었고, 미국 국경 수비대는 최루탄을 쐈죠. 이를 피해 달아나는 모습이 중남미 이민자의 현실을 압축해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엄마는 몸에 꽉 끼는 '겨울 왕국'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겨울 왕국 캐릭터가 이들이 꿈꾸는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했고요. 최루탄 공격이 뜸해진 틈에 노트북을 켜서 로이터통신 본사로 사진을 전송했죠.
■ 당시 상황이 위험하지는 않았나요?
미국 국경 수비대의 최루탄 발사는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어요. 만일을 대비해 가지고 있던 마스크와 헬멧을 쓸 겨를도 없었죠. 제가 대학에 입학했던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나라에 시위가 자주 벌어졌습니다. 최루탄도 많이 발사됐어요. 그때부터 시위 현장에 사진을 찍으러 많이 다녔어요. 로이터통신에서도 전쟁이나 자연재해 같은 위험 지역에서 대처하는 교육을 정기적으로 하기 때문에 그 상황이 낯설지만은 않았습니다.
■ 이 사진이 미국 여론을 바꿨다면서요.
사진이 나간 다음 날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다양한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TV에서는 제가 찍은 사진이 계속 나왔죠. 전 세계 로이터지국의 친구에게서 '네 사진이 신문 1면마다 실렸다'는 연락이 왔어요. 미국의 보수적인 사람들은 '중남미 이민자들이 미국에 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습니다. 기자로서 제가 어느 의견이 맞다, 틀리다 이야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 사진을 통해 미국인들이 중남미 이민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점이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람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게 하는 재료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포토 저널리즘'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봅니다.
■ 사진 기자로 일하면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취재 대상자를 이해하고 존중하려고 노력해요. 큰 이슈가 되는 뉴스는 대부분 불행한 사건이에요. 그래서 사진 기자는 다른 사람의 불행을 취재하는 방관자가 될 수도 있어요. 재난 현장에서 집과 가족을 잃고 망연자실한 사람을 향해 카메라를 드는 게 너무 잔인한 일이기도 해서 심리적으로 힘들 때가 있죠. 사진 기자로서 사실을 알리고 역사를 기록하는 사명감이 개인의 슬픔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재난 현장을 취재할 땐 피해자들에게 제 신분을 먼저 밝히고 그들의 사연을 충분히 들으려고 해요. 제가 취재한 사람들이 겪은 일을 공감하는 게 그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Naver 포스트 ‘MODU 모두 매거진’
■ 사진 기자가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지금까지는 언론사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언론 고시를 준비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SNS나 유튜브 등 1인 미디어 시장이 커지고 누구나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기에 비주얼 스토리텔러가 되는 준비를 해야 해요. 사람들은 시각적인 전달력이 더 높은 정보를 선호하기 때문에 어떤 매체든지 사진뿐 아니라 영상, VR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할 수 있어야죠. 흥미롭고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요. 자기만의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능력을 키웠으면 좋겠어요.
[관련영상]
비디오머그 [‘퓰리처상’기자에게 듣는 사진 너머 이야기]
[출처]
Naver 포스트 MODU 모두 매거진 ‘한국인 최초의 퓰리처상 수상자 김경훈 기자 이야기’
조선매거진 [THE 인터뷰]
[썸네일 출처]
연합뉴스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