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슴의 모양을 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섬, 소록도에는 조금 슬픈 사연이 있다. 이 섬은 과거 일제강점기 때 한센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격리시켰던 곳이다. 과거에 그 누구도 꺼렸던 섬인 소록도에 공중보건의로 가서 지금까지 25년 동안 머무르며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의사라면 마땅히 더 큰 욕심을 부려도 되는 처지이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 평범히 의대를 다녀서 의사가 된 사람과 사뭇 다른 그는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불리는 오동찬 치과의사다.
(*한센병: 나균에 의한 감염증으로 나균이 피부, 말초 신경계, 상부 기도를 침범하여 병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만성 전염성 질환)
■ 어렸을 때 어떤 아이셨어요?
어린 시절에는 몽둥이로 맞을 것 같아서 도망 다닌 그런 아이였어요. 달리던 기차에서 떨어져서 머리에 돌이 박힌 적도 있고, 시골에서 벼 수확 후 놓아둔 볏짚에 불을 지르는 등 아무도 못 말리는 개구쟁이였어요. 집안 사정으로 인해 가족들과 떨어져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았는데,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외로움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괜히 주변 어른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짓궂은 행동을 많이 했던 거죠.

[출처] 스쿨랜드 – 틴틴인터뷰
■ 소록도 치과의사가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고등학교 영어 수업 시간에 슈바이처에 관해 배우게 되었고, 그때 슈바이처 같은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치과대학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저는 얼굴 기형과 암을 전담으로 수술하는 구강안면외과를 전공했어요. 이유는 수술 환경이 너무 열악한 동남아 지역에 입술이 안 붙거나, 입 천장이 안 붙는 아이들이 방치되어 있다고 해서 무료로 수술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대학교 2학년 때 소록도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아버지로부터 소록도의 한센인들의 힘든 삶에 대해 전해 듣게 됐죠. 현재는 의학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한센병이 발병되지 않지만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과 병을 앓은 후 후유증으로 인해 소록도에 계속 살고 계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사연을 듣고 '이곳에서 진료를 하면서 살아야겠다'라고 다짐했어요.
■ 소록도 병원을 신청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주변에서는 보통 난리가 아니었어요. 후배들은 “형 미쳤어? 왜 그런 데를 가? 거긴 나환자들이 있는 무서운 곳이야!”라고 말했고, 가족들도 마찬가지로 “이 어미 눈에 흙이 들어가면 가라”고 하시며 심하게 반대하셨어요. 하지만 고등학교 때 자신과 했던 약속을 지키는 것이기에 오히려 즐거웠고, 어머니께는 딱 1년만 하고 오겠다고 하고 소록도로 향했죠.
■ 처음 갔을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처음 소록도에 갔을 때 무료로 수술도 해드리고,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틀니도 해드리고, 많은 일을 했는데도, 그분들로부터 ‘고맙다’라는 말을 한번도 듣지 못했어요. 물론 그 말을 듣기 위해서 한 건 아니었지만요.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여쭤보았더니, “오선생도 1년 있다가 갈 건데…”라고 하셨어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소록도에 온 의사들이 늘 1년만 있다가 떠났기에 정을 주었다가 입는 상처가 너무 커서 정을 잘 주지 않으셨던 거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 마음을 열지 않고, 정을 주지 않으셔서 좀 힘들었어요.
그 말을 들은 이후로 진료가 끝나면 마을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의 빨래와 청소를 도와드렸어요. 한 날은 그렇게 도와드리다가 함께 밥을 먹었던 적이 있는데, 다음날 이 소식이 섬에 소문이 났고, 그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 다른 할아버지들께서 식사를 권하셨죠. 저는 불러주는 대로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며 밥을 맛있게 먹었어요. 그제야 소록도 주민들께서 저를 ‘오선생’이라며 친근하게 불러주셨어요.

[출처] EBS 초대석
이렇게 그는 25년 째 소록도에 살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한센병이 두렵지 않느냐고 그에게 물어보기도 하지만, 그는 전혀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들의 교육 문제로 잠시 고민하던 시절에 자신의 아이에게 “아빠 소록도 나갈까?” 라고 물어보았었는데, 그때 아이가 울면서 “아빠, 아빠가 나가면 그 불쌍한 소록도 할머니 할아버지 어떡해?”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아이의 응원에 힘입어 아직도 소록도에 머물고 있다.
우리가 삶을 살다 보면 정말 쉽지 않은 일임에도 남들보다 먼저 나서서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목숨을 위협받을 수 있고, 남들이 모두 기피하는 일을 누구보다 먼저 앞장서서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쉽게 살 수 있는 인생을 왜 저렇게 살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들이 대단한 것은 그렇게 누구나 좋지 않은 편견으로 볼 수 있는 일에 그저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남을 위한 마음만으로 그런 일들을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누구에게 인정받지 않더라도 묵묵히 그 일을 한다. 그래서 더 대단한 사람이다.
[관련영상]
EBS 초대석 ‘소록도의 슈바이처 오동찬 국립소록도병원 치과의사’
스쿨랜드 틴틴인터뷰 ‘소록도 슈바이처 치과의사 오동찬’
[내용출처]
네이버블로그 ‘틴틴인터뷰-치과의사 오동찬’
네이버블로그 ‘소록도 한센인과 함께 한 의사 오동찬’
[썸네일 출처]
EBS 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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